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이 철수한 나라, 베네수엘라.
하지만 미국의 대표 에너지 기업인 셰브론(Chevron)은
예외적으로 그곳에 남아 원유를 생산하고 수출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이 기사에서는 셰브론이 베네수엘라에서
'나 홀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지정학적,
경제적 배경을 분석한다.

모두가 떠난 땅에 홀로 남은 거인
현재 베네수엘라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미국의 포괄적인 제재 아래 놓여있다.
국영석유회사(PDVSA)와의 거래는
사실상 전면 금지되어 있으며,
이를 위반하는 기업은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secondary sanction)라는
막대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살얼음판 같은 환경 속에서,
셰브론은 2022년 11월 미국 재무부로부터
특별 라이선스(General License 41)를 발급받았다.
이 라이선스는 셰브론이 베네수엘라 내 합작 투자사(JV)를 통해 원유를 생산하고,
이를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른 어떤 미국 기업도,
그리고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도 갖지 못한
독점적 권한이다.

셰브론의 발을 묶은 '30억 달러'
셰브론이 위험을 감수하고 베네수엘라에 남은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다.
셰브론은 과거 베네수엘라 유전 개발에 참여하며
PDVSA로부터 받아야 할 투자금과 배당금 약 30억 달러
(약 4조 원)를 회수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이 거대한 채권은 그대로 묶일 위기에 처했다.
셰브론 입장에선 수조 원의 자산을 포기할 수 없었고,
미국 정부를 상대로 꾸준히 로비를 벌여왔다.
결국 미국 정부는
셰브론이 원유 수출을 통해 발생한 수익으로
이 부채를 상환받는 조건으로
특별 라이선스를 내주었다.
즉,
셰브론의 베네수엘라 사업은
새로운 이익 창출보다는
'떼인 돈 받기'에 가깝다.
미국의 복잡한 지정학적 계산
그렇다면 미국은 왜 셰브론에게만
이런 특혜를 주었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복잡한 계산이 깔려있다.
첫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경우,
그 공백을
중국과 러시아의 에너지 기업들이
차지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잃지 않기 위해,
미국은 셰브론이라는
'대리인'을 남겨둘 필요가 있었다.
둘째, '미래를 위한 발판 유지'다.
언젠가 베네수엘라의 정권이
교체되거나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될 경우,
가장 먼저
유전 개발에 뛰어들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
수십 년간 운영해 온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셋째, '유가 안정 및 협상 카드'다.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시장에 일부 공급되면
국제 유가 안정에 미미하게나마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셰브론의 활동을
허용하거나 중단하는 것 자체를
마두로 정권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실리적 판단도 작용했다.

어떤점을 보아야 하는가?
셰브론의 베네수엘라 독점 사업은
단순한 기업 활동이 아닌,
부채 회수라는 현실적 목표와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방정식의 결과물이다.
개인 투자자 관점에서 이 사안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던진다.
'지정학 리스크의 실체'
한 기업의 운명이 정치적 결정에 따라
어떻게 좌우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다.
'미국 정책 변화의 중요성'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 수위(완화 또는 강화)는
셰브론의 주가는 물론
국제 유가 전체를 흔들 수 있는 핵심 변수다.
'장기적 관점'
셰브론의 현재 활동은 단기적 수익보다
미래의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에 가깝다.
투자자 역시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변화와 같은
거시적 흐름을 함께 읽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셰브론의 사례는
에너지 시장 투자가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논리를 넘어,
얼마나 복잡하고 냉혹한
국제 정치의 현실 위에 서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 와중에 트럼프는 다른 소리만 한다.